디아만타르
세상의 모든 노동을 하는 이들은 어떤 요소로든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에게 있어 갖가지 요소의 스트레스 중 하나는 어쩌면 가장 민감하게 다뤄질 수 밖에 없는 카피와 관련된 것인데,
논쟁이 발생할때마다 정말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상대방측에 컴플레인을 하고 조율을 했더랬다.
허나 이 문제에 있어 근래에 들어서는 조금은 가뿐한 마음이 되어있다.
가뿐한 마음이 되었다고 함은, 이러한 카피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차근히 증거수집만 해오고 있는지라 불필요한 감정의 교류를 펼치지 않아도 되어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모양을 필사적으로 똑같이 흉내내어 보려고는 했으나,
참으로 엉성하기 짝이 없는 아류작을 볼때마다 꽤나 마뜩잖다.
그러다 문득 모조품을 만드는 사람에 내한 노여움에서 그것을 구입하는 이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바뀐다.
나름 치열하게 번 돈으로 구입한 상품이 그저 카피의 산물이었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터이니 말이다.
고객에게'가짜'를 판매하는 것도 하나의 위법이며, 기만이다.
개인적 견해이지만 모방한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은 순수성이 결여되어 있다.
값이 적든 크든, 스스로 사고하고 창조해낼 줄 아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은 무엇이든 신뢰할 만하다.
예로부터 오직 오랜세월 동안 다이아몬드만을 취급해온 사람들을 '디아만타르'라고 한다.
이 디아만타르가 되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에 관한 지식과 감식안뿐만 아니라 '신뢰할 만한 인물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부터 필적감정, 심리학자에 의한 면접 등의 테스트를 거친 후에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디아만타르간에는 계약서 없이 오직 Mazal(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는 악수를 서로 하는 것만으로 거래가 성립되기에
신뢰성이 가장 중시된다.
이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 자격을 부여받으면 오직 그 사람만을 믿고 수백억 원의 다이아몬드가 거래되기도 하니,
이 얼마나 '믿음직성'이 요구되는 직업인가.
디아만타르의 가르침중 '왼쪽 눈으로 다이아몬드를, 오른쪽 눈으로는 상대를 보거라'라는 말이 있다.
어떤 제품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이의 손에서 탄생했느냐는 더욱 중요한 듯 하다.
그 제품에는 만드는 이의 정신과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